5년차·10년차·15년차 커리어 고민이 달라지는 시점들

얼마 전 후배 하나가 점심을 먹다가 물었다. “저 이제 5년차인데 이 회사 계속 다녀도 될까요?” 순간 웃음이 났다. 나도 딱 그맘때 똑같은 질문을 붙잡고 몇 달을 씨름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질문이 10년차 때도 15년차인 지금도 똑같은 모양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거다. 겉보기엔 “커리어 고민”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지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시기마다 완전히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다.

5년차 “이 회사가 맞나”라는 질문

5년차 무렵의 고민은 대체로 회사와 나를 저울질하는 데서 시작된다. 입사 초반의 긴장이 풀리고 업무가 손에 익으면서 처음으로 “다른 곳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나 역시 그랬다. 옆 팀 대리가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연봉 테이블을 검색해보고, 채용 공고를 습관처럼 들여다보던 시기였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의 질문은 사실 “이 회사가 맞나”보다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에 더 가까웠다. 비교 대상이 회사였을 뿐 진짜 궁금했던 건 나 자신의 성장 속도였다. 그래서 이 시기에 이직 여부만 고민하고 끝내면 답답함이 잘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일에서 뭘 배우고 있는지”를 먼저 정리하고 나면 이직이 답인지 아닌지가 훨씬 선명해진다.

10년차 “이대로 가도 되나”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10년차가 되면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더 이상 “이 회사가 맞나”가 아니라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로 넘어간다. 실무는 이미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가 되고, 관리자로 갈지 실무 전문가로 남을지 같은 갈림길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이 시기에 처음으로 “내 커리어의 다음 10년”이라는 표현을 스스로 써봤던 기억이 있다. 5년차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단어다.

이 시기 고민의 진짜 어려움은 5년차 때처럼 이직 공고를 보면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옆 회사로 옮긴다고 방향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점엔 “내가 잘하는 일”과 “내가 계속하고 싶은 일”이 같은지 다른지를 구분하는 게 먼저다. 둘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15년차 “무엇을 남길까”로 다시 바뀌는 질문

지금 15년차를 지나면서 느끼는 고민은 또 다르다. “이 회사가 맞나”, “이 일이 맞나”를 지나 이제는 “내가 이 일을 통해 뭘 남기고 있나”라는 질문으로 옮겨갔다. 후배들에게 뭘 물려줄 수 있는지,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놨는지,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건 이 질문에 도달하고 나서야 5년차와 10년차 때 했던 고민들이 다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게 보인다는 점이다. 5년차의 비교 본능도, 10년차의 방향 고민도, 결국 지금의 질문으로 가기 위한 단계였던 셈이다. 그래서 지금 5년차나 10년차를 지나는 중이라면 지금 하는 고민이 “정답을 못 찾은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맞는 질문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기마다 질문이 다르다는 걸 알면 달라지는 것

같은 “커리어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뭉쳐놓으면 매번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하는 고민이 어느 시기의 질문에 해당하는지 구분해보면 훨씬 덜 불안해진다. 5년차라면 회사 비교보다 성장 속도 점검이 먼저고 10년차라면 이직 공고보다 방향 정리가 먼저다. 그리고 언젠가 15년차쯤 되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남길까”라는 질문이 찾아온다. 그때 가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 질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저자 개인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형 콘텐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