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말 반복되는 보고서 야근, 발단은 이거였다
15년째 회사를 다니면서 엑셀과 한글(HWP)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야근 패턴이 조금 달라졌다. 원인은 매달 말 반복되던 부서별 실적 취합 보고서였다. VLOOKUP과 피벗테이블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리뷰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으며 긍정·부정을 분류하는 작업에 매번 두세 시간이 그냥 날아갔다. 그러다 옆 팀 후배가 셀에 함수 하나를 입력하는 걸 보고 물어봤는데, 그게 바로 AI활용 엑셀 자동화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함수 몇 개 몰라서 야근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양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굳이 매크로 안 배워도 되는 이유, AI활용 엑셀 자동화가 바꿔놓은 것
엑셀 자동화는 원래 함수와 VBA 매크로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판이 바뀌었다. 바뀐 것의 본질은 수식을 아는 사람에서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IF와 VLOOKUP 문법을 몰라도, 왼쪽 표에서 사번으로 부서명을 찾아와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나 역시 매번 =VLOOKUP 구문을 검색해서 복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셀에 자연어로 요청만 던지면 결과가 나온다. 처음 써봤을 때 느낀 감정은 신기함보다는 허탈함에 가까웠다. 지난 몇 년 동안 함수 조합을 외우느라 들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COPILOT 함수, 셀에 그대로 입력하면 끝
실제로 가장 자주 쓰게 된 건 엑셀 안에 새로 생긴 COPILOT 함수다. 수식은 COPILOT(AI 모델 작업 혹은 질문을 설명하는 텍스트, 선택사항인 데이터 범위) 식으로 입력한다. 나는 매달 취합하는 고객 피드백 시트에 이렇게 적용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커피 머신에 대한 의견을 수집한 뒤 피드백을 분류하길 원한다면, COPILOT(이 피드백을 분류하세요, D4:D18)와 같은 방법으로 입력하면 된다. 리뷰 200줄을 눈으로 읽어가며 분류하던 작업이 수식 한 줄로 끝나는 걸 보고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봤던 기억이 난다.
다만 이 함수를 아무 데나 쓰면 안 된다는 것도 곧 알게 됐다. 엑셀 COPILOT 함수는 Azure 클라우드에서 호스팅되는 AI 모델을 활용하며, 자연어 처리에 특히 뛰어나 복잡한 텍스트 분석, 요약, 분류 작업을 간단한 수식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AI는 100% 정확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법적, 재무 보고서 같은 고위험 서류에는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고, 정확한 숫자 계산은 SUM, AVERAGE 등 기존 엑셀 함수를 사용해야 한다.
실무에 적용할 때는 이 경계선을 확실히 나눠야 한다. 매출 총액이나 재고 수량처럼 딱 떨어져야 하는 숫자는 기존 함수로 계산하고, 리뷰 감정 분류나 텍스트 요약처럼 뉘앙스가 필요한 작업만 COPILOT 함수에 맡기는 식이다.
호출 한도도 실제로 부딪혀본 부분이다. COPILOT 함수는 분당 100회, 시간당 최대 300회 계산이 가능하고 한도를 초과할 경우 함수는 CONNECT 오류를 반환한다. 대량 데이터를 한 번에 돌리려다 이 오류를 몇 번 만난 뒤로는 데이터를 나눠서 처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코파일럿 플랜 모드로 실수를 줄인 이야기
COPILOT 함수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건 시트 전체를 건드리는 Copilot 편집 기능이다. 예전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바로 시트가 수정돼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되돌리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2026년 5월부터 순차 배포된 Plan 모드를 쓰면서 이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
Plan 모드에서는 Copilot이 시트를 수정하기 전에 실행 계획을 먼저 보여주고, 어떤 데이터를 쓰고 어떤 기능을 적용할지 단계별로 확인한 뒤 승인하면 그때 실제 편집이 진행된다. 사용법은 프롬프트 입력창 위에서 계획(Plan)을 선택하면 된다.
같은 시기에 파이썬 연동도 함께 들어왔다. 프롬프트에 파이썬 사용해서라고 지정하거나 Copilot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파이썬을 호출해 회귀 분석, 이상치 탐지, 고급 시각화까지 수행한다. 통계 프로그램을 따로 깔지 않고도 엑셀 안에서 이상치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웠다.
무료로 먼저 써본 코파일럿 챗
회사가 유료 라이선스를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면 무료 Copilot Chat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요금은 층이 나뉘는데, M365 구독자라면 Copilot Chat은 추가 비용 없이 쓸 수 있고 엑셀·워드 안에 깊게 통합된 유료 Microsoft 365 Copilot은 인당 월 30달러 선이며, 무료 Chat으로 먼저 써 보고 유료 전환을 판단하는 순서를 권한다.
라이선스 구조는 최근에도 바뀌었다. 2026년 7월 1일 요금제가 개편되면서 라이선스 구조가 크게 바뀌었고, Copilot이 처음부터 포함된 상시 요금제가 생겼는데 대표적으로 Business Standard with Copilot은 월 23.50달러, Business Premium with Copilot은 월 32달러다. 우리 팀도 이번 개편을 계기로 도입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중이다.
자연어로 시트 만들기, 실제로 회의록 정리에 써보니
Copilot Cowork라는 이름으로 여러 단계를 한 번에 처리하는 에이전트 기능도 최근 전 세계 정식 출시됐다. 기존 코파일럿이 앱 안에서 초안·제안을 만들어 주는 보조라면, Copilot Cowork는 작업을 정의하면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해 완성된 결과물을 돌려주는 에이전트이며, 2026년 6월 전 세계 정식 출시됐지만 기본값이 꺼져 있어 관리자가 활성화해야 한다.
회사 라이선스에 아직 이 기능이 열려 있지 않아서 나는 대신 챗GPT나 구글 시트의 AI 함수로 비슷한 걸 처리한다. 오픈AI는 엑셀 내부에서 자연어로 시트를 만들고 분석하는 애드인을 내놨고 2026년 5월부터는 무료 플랜까지 확대됐으며, 구글은 시트 셀 안에서 직접 부르는 AI 함수를 정식화했다. 회사 정책상 유료 코파일럿 도입이 늦어지는 곳이라면 이 조합만으로도 체감 효율이 꽤 올라간다.
AI 함수를 쓸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들
실제로 몇 달 써보면서 얻은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숫자 계산은 절대 AI 함수에 맡기지 않는다. 둘째, 결과가 재계산될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확정 보고서에는 값 붙여넣기로 고정해둔다. COPILOT 함수로 동일한 프롬프트와 범위를 넣어도 재계산 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셋째, 개인정보나 민감한 고객 데이터는 범위 지정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실무에서 사고 칠 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반복 작업에 들이던 시간이 줄면서 정작 중요한 분석이나 기획에 쓸 여유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야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예전엔 데이터 정리에 시간을 다 쓰고 정작 보고서 내용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은 그 반대가 됐다. 엑셀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걸 매달 말마다 느끼고 있다.